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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귀신, 영혼, 신도세계

[영혼세계] 영혼을 부르는 사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귀신들에게 통제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출간되어 화제다. 



[실화소설 '영혼을 부르는 사람'의 표지(左)와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의 매형이 신들린 채 썼다는 신필(神筆)] 


영혼을 부르는 사람(우현 출판사, 2005)'의 저자 손어람 씨를 만난 것은 가을비가 장대처럼 쏟아붇던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었다. 빗물을 털며 자리에 앉은 저자가 밝힌 이 세상은 사후령이 존재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빙의령(憑依靈)이 되어 의식과 행동을 조종하고, 인격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좋은 빙의령의 경우 후손을 이롭게 하지만 사악한 빙의령의 경우에는 재앙을 일으켜 인간을 괴롭히고,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사후령은 살았을 때의 형상과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데, 대부분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죽게 됩니다. 또 욕망도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이런 고통과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은 후손의 몸에 기생하여 영에너지를 얻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 몸에는 서너분 이상의 조상령이 기생해 있으면서 우리의 의식에 이런 일을 해달라 저런 일을 해달라 하고 요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생전에 술이나 노름을 좋아하는 조상이 빙의되어 있다면 후손도 자연 그런 데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빙의령의 몸이 안 좋은 경우에는 그 부분의 주파수가 낮아져서 후손의 몸에 질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자 손어람씨가 영계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누나와 매형이 영능력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 자신도 소위 ‘대내림’이라 말하는 신기를 받을뻔 했었다고 한다. 싸아한 느낌이 손을 타고 내리면서 의식을 점령해가는 현상을 경험해보면 영혼의 존재를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3년간에 걸쳐 영능력자인 두 사람의 곁에서 지켜본 영계의 실상은 실로 무법천지 그 자체였다.


“후손을 도와 주려는 조상은 그 후손들로부터 물 한잔 못 얻어 마시는데, 해꼬지를 하려는 조상들에게는 치성을 드리고 제사를 지내니 그 악귀들이 그것에 재미를 붙여서 더 많은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생사람들도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죠.”


도대체 왜 조상 귀신들이 그렇게 후손을 괴롭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자신들의 몸이 괴롭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영혼을 어떤 신비적인 관념체가 아니고 비입자상의 물질이라고 생각하는데, 죽고 나면 살았을 때의 고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가 내부적으로 해체되려는 압력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그때 살이 흩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영에너지를 보충해야 되는데, 제사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기 때문에 후손의 몸에 집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다 욕망까지 그대로 살아 있다면 끝없는 영에너지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후손을 무당으로 만들어 마음대로 끌고 다니려고 발악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책 본문에도 조상 귀신들이 후손을 부려 먹기 위해 영계로 올라가 점, 사주, 약명(약 짓는 법), 글문(신필), 부적 등의 잔재주를 배워 온다고 하니, 영계라는 것 자체가 사기꾼들을 양성하는 학원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


“저도 영계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최소한의 윤리는 지켜져야 하는데 후손을 무당으로 만들기 위해 재앙과 질병을 일으키는 일이 용납되고 있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친자식을 무당으로 만들겠다고 독기를 품은 사후령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무당 중에서 친부모를 몸주로 모신 분들도 숱하게 많습니다. 반면에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후손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하셨거던요. 후손이 신을 받으라는 요구를 거절하면 재산을 잃게 만든다든가 심지의 그의 가족을 아프게 만들고 비명횡사하게 만드는 경우도 몇 번이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의 사악한 조상령이 후손을 괴롭히고, 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폭력 등도 귀신과 관련되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그는 그렇다고 얘기를 했다. 


“지금 자행되는 살인, 폭력, 강간 등이 귀신의 작용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빙의령은 인간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할 때 ‘그렇다, 분노해라’ 하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격화시켜버린 후에, 이성이 상실된 그 순간 신체 주파수를 자신의 것과 동조시켜 인간에게 기생하게 되고 곧 그 인간의 행동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한 후 광기어린 행동을 촉발하여 무한한 카타르시스를 얻습니다. 그런 쾌감이 쉽사리 폭력적 행동이나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일부러라도 밝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살하고픈 욕구나 나만 뒤쳐지는 느낌 등등 모두가 귀신의 속삭임이니 절대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흔들리면 귀신에게 빙의될 확률이 높은 것이죠.”


작가의 충격적인 얘기는 이외에도 더 이어졌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게 아니라 생전의 고통 그 이상으로 괴로움이 엄습해 온다고 한다. 즉, 분신 자살을 했다면 그 불길 속에 녹아드는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귀신으로 전전하며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죽을 당시의 그 충격과 아픔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세상에는 인간의 영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동물령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인간령에 비할 바가 아니며 난폭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간령들은 원시시대 때 야수들에게 쫓기듯이 동물령의 눈치를 보는 생활을 영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귀신을 달래주는 천도제(薦度祭)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마음을 내 비쳤다. 


“천도제를 했다고 해도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그들은 주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희생과 대가를 요구합니다. 천도를 했다고 해도 끝없이 다른 조상들이 내려오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귀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성이 없다고 봐요. 그냥 바른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수행이나 종교생활을 병행하여 저급령은 물러나고 고급령이 빙의되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완전 복꼴복(福不福) 아닌가? 재수있는 사람은 잘 살고 재수없이 못 된 조상을 만나는 인간은 끔찍한 삶을 산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영계에는 법도 없는 것인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귀신이 나를 미워하거나 도와주려고 한다 하더라도 대인 관계엔 수많은 귀신들이 관련되기 때문에 그 하나의 의지가 내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균형을 이루다가도 내가 마음을 삐딱하게 먹거나 안 좋은 행동을 하게 되면 얼씨구나 하고 잡귀들이 득세를 하게 됩니다. 개인의 태도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귀신이 개입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죽어서 악귀가 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죽음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죽는다는 것에 대한 인지입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사자를 따라 고차원적인 영계로 들어갈 수 있는데, 갑자기 죽은 교통사고 환자 같은 경우엔 자신이 죽은지 조차 모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자다가 스르르 죽는 거요? 사람들은 그것이 복이라고 말하지만 평소에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성찰과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그것도 흉상입니다. 무조건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최소한 마음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요. 종교 활동도 보탬이 되겠지만 맹목적인 형식에 그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요가나 수련 등도 도움이 되겠지만 정확한 해답은 제시하기가 힘듭니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서적과 영능력자들을 대하면서 영계의 간섭과 빙의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귀신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인간계를 괴롭힌다는 주장은 처음 접해 보는 것이었다. 하물며 평소에 그런 방면으로 별 생각없이 살아온 일반 독자들은 이 책을 접하면서 그 충격이 더 하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번쯤 읽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전문 소설가가 아닌지라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이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귀신도 놀라 도망갈 정도의 냉혹한 비판과 사건의 기록 그리고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영계의 실상을 바로 알리겠다는 명분 등 매서운 춘추필법(春秋筆法)의 노력이 여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존재도 증명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법칙도 지키지 못하는 그들(조상령을 포함한 귀신)이 무슨 권리로 인간의 죄를 물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단 한번 사는 인생을 귀신에게 희생 당하는 일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으며, 그들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대가는 과연 무엇이냐며 가슴 아프게 항변하고 있다. 

그리고 책 말미에 이런 글로 끝을 맺고 있다.
“정말 지긋 지긋한 귀신 이야기… 여기서 필을 놓는다.”

체념한 듯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의에 불타는 이 말 한마디가 이 책 전체의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자들도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쯤이면, 정말 귀신들이 지긋 지긋해서라도 책을 빨리 덮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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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9.04.12
1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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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ssionsos.kr/xe/b23/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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